문득 책장 속의 먼지 쌓인 오래된 일기와 레포트를 발견하게 되다
문득 책장 속의 먼지 쌓인 오래된 일기와 레포트를 발견하게 되다
  • 황선주 기자
  • 승인 2019.05.20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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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잃어버린 옛날 행운의 2달러 지폐가 생각나 그 지폐를 몇 장 찾기 위해서 나의 책장 청소가 예기치 않게 시작됐다.
그러다 우연히 오래된 책장 속에서 ‘교육사회’란 책 옆에 먼지쌓인 레포트와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만일 행운의 2달러를 찾기 위해 책장을 뒤지지 않았더라면, 나의 젊은 20대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내 머릿속의 지우개’로 남을 뻔 했다.


젊은 날 나의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유치하기도 해서 낯뜨겁기도 하다 . 하지만 그때의 나는 순수하고 솔직했다.
잠시 레포트와 일기를 꺼내어 읽은 덕분에 이번 ‘생각하게 하는 글’에서는 고리타분하고 난해하게 느낄 수 있었던 논어나 맹자, 대학 중용 같은 사서(四書)가 아닌 그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인생의 덧없음’과 ‘무상함’‘일장춘몽 (一場春夢)’ 같은 인생무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장춘몽이란 누구나 잘 알다시피 한바탕 꾼 봄날 같은 꿈,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삶은 인연이 다하면 소멸하는데 가끔 영원을 얘기하거나 “난 죽어도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예외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영원을 얘기해도 우리의 경험계 안에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내가 스무살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일체의 사물은 원인과 조건들이 모여서 형성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홀연히 생겨났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두 소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삶과 인연에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이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시적으로 형성된 모든 것들은 언젠가 다 사라지거나 잊혀진다.
문득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웃 주민이 생각난다. 지난 1월 12일 추운 날 은퇴하고 여주로 귀농해‘조경 자격증’을 따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어느 한 여교수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격증 시험조차 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이 세상과 이별했다. 문득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일에 목숨 걸거나 내가 아직 젊다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래서 20년 가까이 마셔오던 술을 주2회 미만으로만 마시기로 바꿨다. 끊을 자신이 없어서 줄이는 방법을 생각했다. 부족함은 주일 예배시간에 주님을 찾는 것으로 채우련다. 삶은 겉보기엔 변화가 없거나 극히 느리게 변화하는 것 같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실상 우리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기 때문에 변화에 둔감할 뿐이다.


‘원인과 조건에 의해 형성된 모든 것들은 꿈과 같고, 물거품 같고, 허깨비 같고, 그림자 같다. 또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으니 응당 그와 같이 보아야 한다.’는 ‘金剛經’의 구절처럼… 나를 반추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인생이나 경험을 내가 아하! 하고 깨달아 느끼는 ‘돈아’와 같은 것이다.
항상 20대라고 느끼고 있는 나도 마흔에 접어들었다. 나이 듦은 어쩔 수 없다. 젊은 사람도 중년을 지나 노년을 맞이할 것이다.  나의 스무살 시절은 항상 즐거운 봄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아주 작은 농담에도 무척 신나고 즐거워했다. 그런 기억이 마치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내가 그 시절의 엄마 나이가 되었다.
젊을 때의 우리 엄마는 예쁘셨다. 예뻐서 같은 반 친구가 엄마 탤런트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무릎도 아프시고 오래 걷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시는 손주를 4명이나 거느린 할머니가 되셨다. 젊었던 우리 엄마의 눈가에도 어느덧 주름이 졌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청춘은 영원하고 죽음은 다른 사람에게 만 있는 일인 것처럼 말하곤 한다.
그래서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때로는 남의 이익마저 침해하려는 것 같다.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적폐’다. 제대로 쓰면 잘못된 것을 청산할 수 있지만 잘못 쓰면 허공에 떠돌아다니며 또 다른 잘못된 것을 만들 수 있기에 위험한 말일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모두 적폐로 몰아가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한다.
지금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진영논리로 편을 갈라
싸우려고만 한다. 중간이 없다. 그들이 국민들을 위해 싸우는 것인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싸우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민생을 챙기는 화합하고 정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덧없고, 지나고 없어지고, 없어지면 그만인데…
인생무상이란 말이 막연한 허무론이 아니라 그 속에는 모든 것은 변화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인식도 함께 가져야한다. 모든 현상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순간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알고,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람은 스스로가 변하지 않고 작은 일과 자아에 대한 집착에 빠진다. 그것은 간과하기 쉬운 끊임없는 욕망이다.
20대 시절을 이야기 하며 아직도 젊은 내가 어른들에게 ‘인생이 무상하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성급하고 무례한 실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무상'이라고 말하는 의도는 염세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생이 허망하다는 것만을 강조하기 위함은 아니다.
변화하는 것을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대상에 대한 집착을 끊을 수 있다. 무상을 이해할 때 나와 나 아닌 것이 참다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무상은 사람이나 대상을 바르게 파악하게 하는 진리의 눈일 수 있다. 우리는 자기반성과 스스로 나아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조금은 내려놓고,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실천할 때 보다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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