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千里’도 좋지만 지금은 ‘一瀉千里‘가 필요한 때다
‘牛步千里’도 좋지만 지금은 ‘一瀉千里‘가 필요한 때다
  • 황선주 기자
  • 승인 2019.11.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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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행정, 수준 높은 행정 서비스로 주민 만족도 향상시켜야…

3달 전 새로 뽑은 나의 애마의 주행거리가 1만여㎞를 넘어섰다.

주 취재 지역인 여주·양평을 하루에 2번씩도 오가다 보니 우보만리(牛步萬里)가 아닌 자동차 만리가 됐다.

내가 취재하는 지역 중 어느 한 기초단체장의 사무실 앞에는 ‘우보천리(牛步千里)’란 사자성어가 걸려 그 곳을 찾는 직원들과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취임한지 1년 반 가까이 지났지만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화를 잘 내지 않아 '행정을 우직하게 펼치고 있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도의원・국회의원 출마를 했지만 낙선을 하고 끈기 있게 도전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지역사회에서는 우보천리의 길을 걸어온 대표적 인물로 꼽히고 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란 ‘소는 비록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걸어서 결국에는 천리를 간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와 끈기가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는 사자성어다.

행정가라면 누구나 자신이 이끌고 있는 곳을 경쟁력 있는 도시로 성장시키고 문화가 살아 숨 쉬고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최고의 도시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교육·나눔 복지가 실현되는 도시, 살기 좋고 편한 도시, 경쟁력 있는 도시, 다 함께 잘사는 지역경제 등을 이뤄내는데에 시책의 방점을 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보천리의 자세는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수 있다.

지도자는 눈앞의 일을 바로 판단하기 보다는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나무가 아닌 숲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은 때로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내해야 하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저성장, 지역 내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일자리 부족 등이 맞물리며 지역의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가 임대료를 못내 헐떡이는 자영업자의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임대업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상인이 고통받지 않고 자영업자 및 지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할 상황이다.

우보천리 행정보다는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의 일사천리(一瀉千里) 행정을 바라는 민원인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적극 소통 행정으로 질 높고 빠른 행정·민원 서비스를 기대하는 이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행정은 절차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비 서류·허가조건 등을 허용 범위 내에서 간소화 해 명쾌(明快)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민원인들은 우보천리(牛步千里)보다는 발 빠른 일사천리(一瀉千里)의 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누구나 생활 여건이 좋고, 문화·관광·레저·의료서비스를 갖춘 도시에 살고 싶어 한다.

동일한 비용을 내고도 타 지역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지는 생활을 해야 한다면 그 지역을 떠나려 할 것이다.

주민 이탈을 막으려면 결국은 지역이 발전해야 하고, 삶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몫이기도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이기도 하다.

자치단체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지역발전의 성패(成敗)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단체장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우보천리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일사천리 행정이 필요한 때다.

불필요한 예산은 과감히 재조정하고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은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머뭇하다가 세월만 보내서는 안 된다.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유치할 필요도 있다. 핵심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의회와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과감한 실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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