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넘어 가는 순간에도 신문 걱정하는 천상 기자
숨 넘어 가는 순간에도 신문 걱정하는 천상 기자
  • 황선주 기자
  • 승인 2020.03.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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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주 기자
황선주 기자

지난 18일 강상면에 사는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양평군청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지나가다 봤는데 군청에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지인)
“아 네. 안타깝게도 30대 양평군청 직원이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오전 10시에 영결식이 있었던 거예요.”(나)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런데 젊은 사람이 아이고 어쩌다가…”(지인)
일주일 전 고인이 된 그를 개군면사무소에서 우연히 만나 잠시 짧은 인사를 나눴던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지 몰랐다.
건장한 젊은 청년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망연자실(茫然自失)했다.
그를 잘 아는 동료직원들은 “점잖고 잘생기고 인성 좋기로 유명했다”며 그의 죽음을 유독 안타까워했으며 비통해했다.
애통한 소식이 가기도 전 바로 다음날 아침 직장 상사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대학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전화가 왔다.
하필이면…. 안 좋은 소식을 연거푸 들으니 다시 화들짝 놀라 심장은 두근거리고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응급실에 이송되던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황 부장, 신…신문…, 기자회견 취 취…취재”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의식을 잃어 가면서도 신문 걱정뿐인 그였다. 그가 수술대에 올랐을 때 나는 그의 지시대로 국회의원 후보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기자회견장에는 1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 있었지만, 마음은 텅 빈 듯 공허했다.
“다시 태어나도 기자를 하겠다”던 그와 하루 전만 해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그는 어떤 때는 언론인, 어떤 때는 독설가였다. 행동에도 거침이 없었다. 타인의 평가에 좌지우지되지 않았고 소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오랜 기자생활을 했지만 언론인의 기본을 지키며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독사의 기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따듯함과 의리가 늘 존재했다.
공익에 크게 반하지 않는 한 개인적인 실수를 덮어줄 줄 아는 아량이 있다. 억울한 사람이나 약자를 보호해주려는 인정도 가지고 있다.
오랜 기자 생활 속에 지칠 만도 한데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때때로 만담(漫談)으로 주변을 웃게 하는 그가 없으니 유독 사무실이 조용하게 느껴진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응급처치가 잘되고 수술도 잘 돼 이제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참으로 복이 타고난 사람 같다. 우선 그를 마음 속 깊이 사랑해주고 지극 정성으로 간병하는 아내가 있다. 또 조속한 시일 내에 건강이 회복되길 바라는 다수의 사람과 그의 빈 자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나와 같은 직원이 있으니 말이다.
때론 대들기도 하고 투털거리기도 했지만 그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사명감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와 울컥해진다. 빠른 시일 내에 출근해 다시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맛있고 즐겁게 먹으며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위독한 상황 속에서도 신문 걱정을 하던 당신은 누가 뭐래도 멋진 언론인이다.
“건강하게 돌아와요 Mr. Choi. 당신은 아직 젊고 할 일이 많아요~!!”
기자수첩을 쓰는데 마침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 마감. 1면 양서면 분…분면” 그는 천상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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