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군수인가… 군 간부 부하 직원 다루 듯
의장이 군수인가… 군 간부 부하 직원 다루 듯
  • 황선주 기자
  • 승인 2020.05.1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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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사과 드린다”…대리 사과에 진땀빼는 공무원
황선주 기자

“기자들 나가세요. ㅇㅇㅇ 과장, 언론인 들어오게 협의한 겁니까? 나가게 하세요.”
이정우 양평군의회 의장이 지난 7일 오후 4시 10분께 군 집행부 공무원과 군의원 간 진행하는 협의회 회의를 취재하려던 본 기자를 포함한 기자들과 회의에 참석한 간부 공무원에게 한 말이다.
본 기자가 “회의 내용 중에 비밀로 할 만한 안건이 있느냐?”고 되묻자 이 의장은 “저 기자, 이상한 사람이네”라고도 했다.
순간 회의장에는 정적이 흘렀고 그의 고압적인 태도와 군 집행부 간부들을 아랫사람을 부리는 듯 대하는 모습에 본 기자는 적잖게 놀랐다.
군 의회는 군의 모든 예산을 의결하는 기관이다. 주민을 대표해 지역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지방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의장은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회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기관의 역할이 중요할수록 대표의 발언 하나 하나의 무게는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식 회의석상에서 나온 의장의 말이 ‘저 기자 이상한 사람’이었다.  본 기자를 향한 인격 모독이자 비하 발언이다. 양평군의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현주소다. 회의가 끝난 이후 간부공무원 2명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 공무원은 “예산문제로 힘들고 예민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안건 가운데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 (의장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기분을 풀으셨음 한다. 언짢았을 것 같아 대신 사과 전화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의가 끝나고 (의장이) 간부 공무원들에게 ‘잘 얘기해서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더욱이 세 사람 중 두 명은 의회 소속도 아니다.
의장의 당부였는지, 지시였는지 모르겠지만 부적절한 것인 것만은 분명하다.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이념이나 인격이 드러난다.
권위나 권세를 소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타인의 행동이나 말을 도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니까짓게 뭔데 감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의장의 이날 모습과 태도가 이런 권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단순한 실수였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실제 권위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면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원은 주민들이 그들을 대신해서 일을 하라고 뽑아준 사람이고 의회는 의원으로 구성된다.
권력과 권위의식을 그들 손에 쥐어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의원과 의회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말의 무게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의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민감한 사안도 많이 다룬다. 그래서 때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 안건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이날 회의에서도 그런 민감한 것이 있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본 기자도 회의가 끝난 뒤에 참석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나가게 하라. 이상한 사람이네’ 등의 발언을 했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군 간부 공무원들에게 수습하라고 했다.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의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성어처럼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이 옳다.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언론의 역할도 크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현안이나 집행부와 의결부의 잘잘못을 확인해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
이 의장의 이같은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부디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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