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규명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규명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 정해균 기자
  • 승인 2020.05.25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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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38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지 어느새 한 달이 돼가고 있다.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조성된 합동분향소 벽면엔 대통령, 국무총리, 여야 당대표,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의 이름이 적힌 근조 화환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앞다퉈 분향소를 찾았던 이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길 때까지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참사 3일째 1천여 명에 육박했던 추모객도 이제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것도 대부분 이천 지역사회 기관·시민단체 추모로 일반 추모객의 발길은 사실상 끊겼다.

유가족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화재 참사가 잊혀가는 것만 같아 응어리진 가슴이 더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줄이어 조문한 유력 정치인들도, 해당 업체 관계자들도 누구도 유가족들이 원하는 답을 속 시원하게 주지 않고 있다. 4차례 현장 감식을 했지만,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일 이번 화재와 관련해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 형태로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며, “이 같은 안전사고가 개선되지 않고 되풀이되는 이유를 규명하고 책임자는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화재 원인도, 재발 방지책도 나오지 않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안타까운 희생이 무의미하게 잊혀지는 듯한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 화재의 한 유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의 참여 인원 숫자로도 나타나는 것만 같아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익스프레스이천물류창고화재사고 빠른 해결을 위해 나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번 화재로 시아버지를 잃은 한 유가족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에 따르면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으로 신원을 확인하러 갔을 땐 아침까지만 해도 통화도 하고 일하러 나가신 우리의 가족들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영안실 안 냉장고 속 가방 안에서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상을 입어 신체 부위가 사라진, 혈액을 채취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시신이 돼 눈앞에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청원인은 “아버님은 40년을 설비일을 하신 기술자로 노후에 자연속에서의 생활을 꿈꾸시는 어느 집에나 있는 평범한 아버지셨다. 이번 현장을 끝으로 산속으로 가신다면서 고기를 좋아하는 며느리 불피워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는 식탁과 앉아서 놀 평상에 예쁜 손주들 물놀이 할 곳에 예쁜 분수까지도 만들어주신다며 하나하나 만들고 준비하셨는데 이런 사고가 났다”며, “사고 당일서부터 시신 신원 확인에만 3일이 걸렸고 그때부터 열흘도 넘게 지난 지금은 하염없이 계속 수사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저희 유가족들은 이곳 분향소에서 담요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열흘이 넘도록 뭐라도 밝혀졌나 기다리는게 다다. 많은 유가족들이 이 일이 있고 나서 직장, 집안일, 생계 다 내팽겨 놓은 채 이곳에 매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을 지켜줘야 하는 대통령님께서 사람들이 더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더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 빠른조사와 관련 업체 위법에 대한 잘못을 강력히 처벌해주시고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절대로 반복되지 않도록 나서주고 지금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 길어지지 않고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재 사고의 빠른 해결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이 청원 글에는 25일 현재 8천여 명의 청원동의를 얻은 상태로 청원 마감일인 6월 10일까지 답변에 충족하는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친 유가족들은 말한다.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참사 원인을 확실히 규명하고 책임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아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데 무관심 속에 과거처럼 책임자들이 책임을 피해갈까 봐 그게 두렵다고...

“어느 누가 내가, 내 가족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저뿐만 아닌 모든 분들이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길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을 겁니다” 청원 글을 올린 유가족의 이 말이 두고두고 가슴을 울린다.

지금 우리가 두 눈 부릅뜬 채 관심갖지 않으면 이러한 참사는 반복되고 그 일이 우리 가족, 나한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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