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당선자 아내들의 수다…“인내·기다림·헌신·배려 필요”
[대담] 당선자 아내들의 수다…“인내·기다림·헌신·배려 필요”
  • 황선주 기자
  • 승인 2020.05.2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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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선(송석준 당선자 부인) “‘수고 했어 마누라’ 한마디에 행복”

박성숙(김선교 당선자 부인) “장화 신고 앞치마 두르는 게 편해”

(새연합신문=황선주기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에게는 언제나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

지난 4월 15일 끝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임기4년의 새로운 스타 300명을 배출했다.

이들 300명 또한 그들 혼자만의 힘으로 선량이 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으는데 함께 했다.

그 중에서도 당선자들의 부인은 최고의 공신이자 조력자였다. 24시간 당선자와 따로 또 함께하며 동거동락, 일희일비했다.

오는 6월부터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여의도에서 일하게 된 미래통합당 송석준(이천시)·김선교(여주시·양평군) 당선자의 부인이 12일 양평의 한 카페에서 첫 인사를 나눴다.

또 앞으로도 두 당선자가 나눔과 배려가 있는 정치, 건강하고 따뜻한 지역 사회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돕자고 했다.

선거 뒷이야기, 두 자녀를 각각 두고 있는 엄마로서의 경험담 등 두 사람이 나눈 솔직담백한 대화를 옮겨본다.

▶정유선: 안녕하세요? 이천시 국회의원의 아내 정유선입니다.

▶박성숙: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전 양평군수의 아내 박성숙입니다.

▶정유선: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신문을 통해서만 뵀었는데, 실제로 만나게 돼 개인적으로도 영광입니다.

▶박성숙: 제가 더 영광입니다. 송석준 의원의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선교 당선자는 초선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박성숙: 송석준 의원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정유선: 지역민들게 감사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신경 쓸 일도 많은 것 같아 저도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박성숙: 송석준 의원님은 정치를 어떻게 결심하게 되신 건가요?

▶정유선 : 이천시는 송석준 의원의 고향이자 뿌리 같은 존재입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도 있듯, 고향에 내려와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남편은 평소 불합리한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규제를 완화시켜야 하는 데 관심이 많았아요. 그래서 저는 그가 지역에서 근본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곧 아내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모님은요?

▶박성숙: 제 남편도 젊은 시절 정치무대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 또한 그를 말릴 수가 없었어요. 그동안 말을 아끼고, 행동을 절제하며 준비해 왔어요. 양평군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는 그의 자신감과 용기를 말릴 수가 없었어요.

▶정유선 :정치인의 아내로서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박성숙: 왜 없었겠어요. 정치를 하는 사람의 아내로서의 고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요. 인내와 기다림, 헌신과 배려가 필요해요. 9급 면서기로 시작한 그가 3선 군수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마음이 없다면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건 힘든 일입니다. 저희 남편은 30대 젊은 나이에 군수를 하겠다며 사직서를 냈어요,

아내인 저에게 말도 하지 않고서요. 그러고선 ‘나 어제 사직서 제출했어’라고 한 게 다예요.그만큼 군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자신감도 컸던 것 같아요. 뚝심 하나는 대단한 사람이예요.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잘했다’고 했습니다.

▶정유선 : 그 마음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박성숙: 이미 일이 생겼는데 간여하면 뭐하겠어요. 굶지만 않고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보다 힘들었을 때가 무소속으로 첫 군수 선거를 치를 때였어요. ㅇㅇ리를 갔는데 주민들이 마을로 차도 못 들어가게 가로막기까지 했어요. 무소속의 설움을 제대로 겪었죠. 김선교라는 사람을 알리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그 때가 가장 힘 들었어요. 그 때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끔 눈물이 납니다. 일부 언론의 보도로 남편이 마음고생도 많이 했어요. 생각해보니 안 힘든 선거가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보람된 일도 아주 많아요.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것만큼 보람된 일이 있을까요.

▶정유선: 봉사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박성숙: 많이 한다기보다 이제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한 번 하게 되면 ‘내가 왜 이 걸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반복해서 하다보면 오히려 안하면 불편해지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겨요.

저는 장화를 신거나 앞치마를 입고 일하는 것이 정장을 입는 것보다 편합니다. 친구들은 ‘군수 사모가 옷차림이 그 게 뭐냐, 꾸미고 좀 다녀라’고 하는데, 저는 단체장 아내라고 내세우는 것 같아 왠지 싫더군요. 남편이 양평군수지 제가 군수는 아니잖아요. 저는 단지 동네의 일꾼일 뿐입니다. 선배나 후배가 부르는 호칭도 사모님보다 누구 엄마, 제수씨가 더 좋아요. 미니스커트 입고 인사 받는 것도 싫고, 편한 게 좋아요. 그리고 남편 옆에 서 있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솔직히 싫어요.(후훗)

▶정유선: 결혼은 언제 하셨어요?

▶박성숙: 스물다섯에 결혼했어요. 당시 남편의 나이는 27살이었는데 양평군의 한 다방에서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지 2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어요.

▶정유선: 정말 신기하네요. 저도 스물다섯에 결혼을 했는데 같은 나이에 했다니….

▶박성숙: 가끔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70년 80년대가 그리워요. 그 당시 시댁식구 10명과 같이 살았는데 막내 시누이가 중학교 2학년이었어요. 계곡 가서 손빨래하며 시댁들을 챙겼고 가족 일에 힘들기도 했어요. 솔직히 김선교라는 분은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군정활동이나 양평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열정과 애향심은 정말 타고난 사람이에요.

▶정유선: 그럼 외롭지 않으셨어요?

▶박성숙: 저를 지탱해준 힘이 김세은·김정은 두 조카예요. 그 귀염둥이들이 ‘큰엄마~’ 하면서 저를 부르며 달려와 안길 때 피로가 싹 날아가곤 했어요. 우울증에 안 걸리게 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이기도 하고 딸 노릇까지 해주고 있어요. 너무 조카 바보 같나요? 이 건 좀 다른 얘기인데 제가 아들 둘을 키우고 보니 혼자 있을 때 시어머니가 고생하신 것을 새삼 느낄 때가 있어요. 친엄마는 저와 25년 살았지만 시어머니는 저와 35년 째 함께 사시니 저에게 있어서 어쩌면 친부모 보다 더한 정이 있습니다.

▶정유선: 저는 7남매인 송석준 의원에게 시집왔는데 저를 울컥하게 만드는 분은 바로 시어머니예요. 이천시 설성면 수산2리에서 살고 계신데 농사를 지어 자식들에게 나눠주시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계세요. 제게 떠오르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자식들에게 주기 위해 파를 다듬거나 미나리를 뜯어 포장하고 계시는 모습이에요. 가끔 예배드리면서 시어머니에 대해 기도를 하면 울컥해져 혼자 울 때도 있답니다.

▶박성숙: 봉사하는 거 힘들지는 않으세요?

▶정유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천시에서 진행하는 반찬 봉사에 매달 참여하고 있어요. 이천 지역의 14곳을 각각 돌아가면서 하는데 주체인 새마을지회 일정에 맞춰서 하는 편이에요. 봉사활동 다닐 때 가끔 이천 시민들이 저에게 ‘이천에서 인물다운 인물이 나왔다’는 말을 해 주실 때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편이 저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마누라 때문에 되는 거야~’그런 말을 해 줄 때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것도 좋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잖아요. 남편이 사익(私益)이 아닌 지역 사회에 꾸준히 봉사하고 항상 겸손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모님께서는 11년 2개월을 봉사하셨을 텐데 저보다 더 힘드시지 않으셨어요?

▶박성숙: 제가 수많은 봉사를 해왔지만 제일 힘든 것이 아무래도 김장 봉사 같아요. 특히 새마을지회가 하는 김장 봉사는 배추 심는 날과 절이는 날이 있는데 배추 1만5000 포기로 김장을 담가요. 양평군은 김장 봉사를 가급적 각 읍면동이 같은 날짜에 맞춰서 한답니다. 저는 아침 일찍 남들보다 먼저 가서 남들보다 늦게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유선 사모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진정한 봉사란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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