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작가의 특별한 전시회
특별한 작가의 특별한 전시회
  • 황선주 기자
  • 승인 2020.07.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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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작가 8월 26일까지 양평군 에코힐링센터 4층서 전시

“선입견·고정관념이 부끄러움으로…”

우연히 양평군 양서면 에코힐링센터 건물을 찾았다가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만나게 됐다.
내가 방문한 지난 15일 오후 2시 에코힐링센터 4층에서는 아주 특별하고도 작은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는 오는 8월 26일까지 열린다. ‘발달장애인’이지만 그림으로 행복한 삶을 다시 살고 있는 정은혜 화가의 전시회였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정은혜 작가는 그 누구보다도 천진난만하고 밝고 명량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유머도 많았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안 좋은데다가 비장애인과 다르다는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자폐 증세를 보이기도 했을 정도로 한동안 힘겨운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가 화가가 된 데는 어머니의 사랑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정 작가의 어머니 장차현실씨는 동양화를 전공한 만화가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 장애를 갖고 태어난 후 바람대로 딸이 성장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항상 홀로 집에서 앉아 있어만 했던 딸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을 보이게 되자 인물화를 그려보라고 했고, 정은혜 작가는 사람들이 가진 각각의 표정과 선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자세하게 그려냈다. 그림을 배우며 재능을 드러낸 정은혜 작가는 다수의 유명인들과 주변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얼굴을 그렸다. 처음에 5천원으로 시작된 그림은 어느새 10배 이상이 오른 작품이 됐다. 정은혜 작가는 그렇게 세상으로 나왔다. 장애를 가지면서 소외를 받는 삶에서 축복된 삶으로 전환되기까지 정 작가 뒤에는 부모가 있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에게 축복이고 삶에 대한 위로이자 유일한 즐거움이었다”고 했다.
그림을 매개로 비장애인처럼 평범한 일상이 찾아왔고 남동생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자랑스러운 누나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그의 그림에는 자신을 정성스럽게 때로는 엄하게 지켜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풍경이 아닌 인물에 집중했고 그래서 동물이나 인물을 주로 그렸다. 그것도 사람들이 가진 각각의 선과 표정을 집중 탐구했다. 한 인물인데도 어떤 때는 무섭게, 어떤 때는 슬프게 보이는 다양한 느낌을 주는 것도 그가 선과 표정에 천착한 때문인 듯하다.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외면보다는 내면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물화를 보고는 실망하는 이가 있거나, 예쁘게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면 팔자주름과 같은 선을 하나 둘 생략해서 인물이 돋보이게 그려주는 센스도 발휘한다고 했다. 그는 “인물이 가진‘선’을 그대로 그리려 노력한다. '외적' 그대로가 아닌 내적 모습에 초점을 맞춰 온전한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한다”고도 했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야 했던 그의 부모는 “사람의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며 정 작가가 사람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정은혜 작가가 그린 얼굴은 그래서 솔직하다.

황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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