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 조은산과 림태주 시인의 설전(舌戰)을 생각하며
진인 조은산과 림태주 시인의 설전(舌戰)을 생각하며
  • 황선주 기자
  • 승인 2020.09.07 12:0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적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로 동료와도, 가족과도 생이별해야 하는 영화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亂世之英雄, 난세에 영웅이 난다지만…. 大亂大治, 크게 어지러워야(어지럽혀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지만…. 어지러워도 너무 어지러운 세상이다.
어떤 사람은 ‘너무 어지러워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국가와 경제를 걱정하고 국민들을 걱정한다.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매출 급감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요식업계의 스타였던 연예인 홍석천도 이태원 등 가게를 모두 정리했다고 한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직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겨울 것이다. 얼마전에 여주 부영아파트 앞에서 만난 식당 주인이 하루에 1만원을 벌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견디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의 생계를 보호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어 속수무책이라며 방관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힘겹다.
여기에 부동산 대책 등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연일 논란이 일면서 시끄럽다. 삶을 더 피폐하게 하는 부정적 고통이 쏟아낸 소음으로 가득한 요즈음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시인 임태주는 조은산을 반박하는 글을 SNS에 올리며 또 다른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두 사람의 논쟁을 ‘진정한 풍유’라 감탄하기도 했다.
지난 달 12일 국민청원에 올린 1만자가 넘는 ‘시무 7조’에서 대담한 문풍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세금, 인사 등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의 문장력은 기사를 쓰는 나를 몹시 부끄럽게 했다. 망설임 없는 필력에 소름이 돋았다.
현재는 40만명이 해당 글에 동의한 상태다.


그런데 조은산을 향해 림태주(시집 없는 시인)는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며 비판했다.
‘조반유리(造反有理)’라 했다. 모든 반항이나 반대에는 나름대로 이치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논할 것이 아니라 폐하는 두 사람이 현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가 무언지 굽어 살펴야 한다.
그들이 설전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에 수해와 태풍까지 겹치면서 그만큼 국민들의 삶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 진영논리로 싸울 것이 아니라,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설전을 독자로서 평점을 매겨본다. 림 시인은 “언뜻 그럴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다.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다”고 조은산을 꼬집었다.
39세의 평범한 가장으로 진보도 보수도 아닌 조은산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을 정치적 색을 띤 것으로 단정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반면 “세상에는 온갖 조작된 풍문이 떠돈다. 정작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학문을 깨우치고 식견을 가진 너희 같은 지식인들이 그 가짜에 너무 쉽게 휩쓸리고 놀아나는 꼴”이라는 대목과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 내가 나를 경계하듯이 너도 너를 삼가고 경계하며 살기를 바란다”는 문장에는 공감한다.


조은산이 임태주를 반박한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해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 오천만의 백성은 곧 오천만의 세상이라 했다.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 보유율을 들어 삼천만의 백성뿐이며,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비판한 대목은 현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변해버린 일상에 수해와 태풍까지 겹치며 고단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풍류로 주장을 주고받는 두 문장가의 모습에 모처럼 만에 미소를 지은 것은 나뿐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권재홍 2020-09-08 22:31:05
오랫만에 가슴뭉클입니다

송혜규 2020-09-14 13:03:58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를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