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입법권력’ 앞세워 尹 대통령부터 검사까지 탄핵하겠다는 野…‘정국 급속냉각’

2024-07-06     김부삼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직장인들의 월급은 인상되지 않은 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서민들은 ‘하루살이’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회복’, ‘물가안정’, ‘노동시장 개선’,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환경 문제’ 등을 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국민을 위한 정책과 입법, 제안을 쏟아놓아야 할 때다.

그런데 22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처음으로 통과시킨 법안은 아쉽게도 위 언급한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해병대원 특검법)’이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건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는 내용인데 이 법안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지난 5월 28일 21대 국회에서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된 지 37일 만이다

앞서 지난 5월 2일 해병대원 특검법은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같은 달 21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왔고, 28일 본회의 재표결에서도 통과 요건인 출석 인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폐기됐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처리시한은 오는 20일까지다. 정부는 5일 해병대원 특검법을 접수했다.

대통령실은 해병대원 특검법 재통과에 “의도된 탄핵 승수 쌓기”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고,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다시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을 기준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동의자 수가 5일 기준 115만 명을 돌파하면서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은 7월 말에서 8월 초 탄핵 청원 내용을 확인하는 청문회를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른바 ‘입법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민주당에 ‘좌우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이와 관련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대답을 내놓을 차례다.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오직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있다. 전자를 택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지만 만일 후자를 택한다면 이 정권은 폭풍 같은 국민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 직무대행은 그러면서 “그에 따른 후과가 어떠할지는 권력을 농단하다 몰락한 박근혜 정권의 최후가 잘 말해주고 있다. 젊은 해병의 억울한 죽음과 사건을 은폐, 조작, 축소하려 했던 의혹을 밝히는 일은 보수, 진보의 문제도 여와 야의 문제도 아니다. 정의를 원하고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국민의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국민과 역사가 윤 대통령의 판단을 지켜볼 것”이라고 임기 중 중도 하차한 박 전 대통령을 들먹이면서까지 ‘탄핵 추진’을 운운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아예 이날 회의에서 “국회법 65조 1항에 의거해 청문회를 열 수도 있다. 국회법 제65조 청문회 조항 1항은 위원회, 소위원회도 포함하고 있다.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 심사 시에도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동안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국회법 조항이 참 많다. 잠자고 있는 국회법 조항을 흔들어 깨워서 국회법의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대 놓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청원 동의자 수가 115만여 명에 이르면서 이를 빌미로 공세를 높이고 있는 것을 보자면 이재명 전 대표 보호를 위한 ‘방탄 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청원은 요건(30일 이내 5만 명동의)을 충족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지도부와 의원들은 “실질적인 탄핵 사태가 있을 수 있다, 위헌·위법한 일이 수두룩하다, 청문회 등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연일 탄핵에 불을 지피고 있다.

관련 법령이 대통령 등 공무원 탄핵 소추 요건으로 ‘파면할 정도로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배’로 엄격하게 정한 것은 국정 안정성을 위해서다. 그러나 청원인의 탄핵 사유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를 첫 번째로 꼽았는데 수사 중인 사안으로 대통령 법률 위반이 드러난 게 없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뇌물 수수’도 수사 중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등 부정비리’도 그 근거가 나온 게 하나 없다.

‘전쟁 위기 조장’은 그저 기가 찰 노릇이다. 9·19 군사 합의를 위반하고 핵·미사일 위협을 가하며 한반도 평화를 해친 원흉은 북한인데 엉뚱하게 그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다.

‘일본 강제 징용 친일 해법 강행’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일본과 적을 지고 살 수 없는 만큼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차선책이라도 택해야 하는 게 외교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방조’ 역시 반일 감정을 충동질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2일 4명의 검사를 향해 탄핵 소추 칼을 빼 들었다. 대장동·백현동·대북 송금 사건 등 이재명 전 대표나 민주당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이다. ‘진술 회유 의혹’, ‘사적 거래 의혹’ 등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의혹’이나 진위를 다투는 쟁점들이 탄핵 근거가 됐다. ‘중대한 법 위반’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여론에 편승해 쌓아 올리고 있는 ‘높은 탑’은 ‘사상누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점, 민주당은 왜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힘을 가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 휘두르는 게 아니라 절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탄핵 발의는 16건에 이른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취임 2개월 만에 탄핵을 주장했다. 과연 이게 정상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앞으로 2년간은 대통령 선거도, 국회의원 총선도, 지방 동시 선거도 없다. ‘권력’을 가진 자가 탄핵을 추진하겠다는데 법적으로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추진도 그렇고 검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도 마찬가지다 ‘탄핵’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 하는 최후의 정치적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 안 그러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힘자랑을 하는 끝없는 ‘탄핵의 악순환’에 들어갈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가 힘들어지고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5일로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은 해병대원 특검법이 전날 통과되면서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선언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행이다.

국민들은 제발 이제라도 여야가 ‘탄핵’이라는 단어를 두고 싸울 것이 아니라 여야는 물론 대통령실·정부, 국회가 하나 된 마음으로 ‘민생’을 돌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