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세계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 인접 지자체에 밀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SPC(특수목적회사) 용인시 선정하고 투자의향서 제출

2019-02-22     정해균 기자

결국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이천시 접경 지역인 용인시를 선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용인일반산업단지가 20일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22일

이는 사실상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 부처에 부지를 용인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와 국내외 50여 개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이번에 SPC가 신청한 부지는 용인시 원삼면 일대로 약 448만㎡(약 135만평) 규모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용인 부지는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이 용이 ▲반도체 기업 사업장(이천, 청주, 기흥, 화성, 평택 등)과의 높은 연계성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쉽다는 장점이 있어 선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지가 확정되면 SK하이닉스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 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내외 50개 이상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도 이 단지에 입주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산업이 기술개발 및 생산 전 과정에서 제조사와 장비·소재·부품 업체 간의 공동 R&D, 성능분석, 장비 셋업·유지보수가 필수적인 만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244개사 중 약 85%가 서울 및 경기권에 위치하고 있어 용인에 신규부지가 조성된다면 실시간 유기적 협력관계가 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협력업체들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총 1조2천2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상생펀드 조성에 3천억 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상생협력센터 설립 및 상생프로그램 추진에 6천380억 원, 공동 연구개발(R&D)에 2천800억 원 등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계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부지로는 용인을 비롯해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이를 의식한 듯 SK하이닉스는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기존 이천과 청주 사업장에도 투자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이천에는 M16 생산라인 구축과 연구개발동 건설 등에 20조 원을 투자하고, 충북 청주 사업장에는 작년부터 가동 중인 M15 생산라인의 설비 확대를 비롯해 총 35조 원의 투자를 집행한다.

특히 청주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토지구매 양해각서와 분양 계획을 다음달 중 충북도 및 청주시와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이천은 본사기능과 R&D/마더팹(Mother FAB) 및 D램 생산기지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 ▲용인은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3각 축을 구축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SK그룹은 앞으로 5년간 5대 중점 육성 분야에 총 37조 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히며, SK그룹의 전체 투자 중 60%에 해당하는 22조 원을 비수도권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이천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시민연대’ 출범식을 갖고 시의회, 78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명운동 및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애써온 이천시는 2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이번 결정과 관련 이천시 입장에 대한 엄태준 시장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6년간 이천시민과 동고동락한 이천시 향토기업이자 세계 TOP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적 반도체기업의 미래와 운명, 침체된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반도체특화클러스터는 정치논리가 아니라 기업이 가장 원하는 곳에 입지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시가 처음부터 주장한 공식 입장이었다”며, “SK하이닉스의 본사가 위치한 23만 이천시의 시장으로서 글로벌 기업인 SK하이닉스의 고심과 전략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발 물러나지만, 우리지역의 과도한 규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우리지역 혼자의 힘만으로 될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걸 잘 알기에 앞으로도 계속 합리적인 규제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인근 시군과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국가발전의 큰 틀에서 수도권 내의 낙후된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과도하고 획일적인 입지규제를 개선해서, 지난 36년간 팔당상수원을 맑게 만들기 위해 역차별과 희생만 강요당해 온 5개 시군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국가와 기업경쟁력 차원의 합리적인 규제개선이 있어야 함을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