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출산 관련 정책 ‘이랬다저랬다’ 일관성 없어 빈축
출산축하금 지원한다고 했다가 돌연 취소 시민청원 600명 넘자 다시 지원하기로
이천시가 출산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입법 예고까지 했다가 슬그머니 계획을 변경 시민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출산축하금 지원확대를 선심성 정책인 마냥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더니 갑자기 24시 돌봄지원센터로 변경하려 하자 시민들의 반발은 물론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는 이천시 정책 추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관련 시민청원에 하루 만에 500명이 동의를 하며, 불만을 나타내자 엄태준 이천시장이 직접 나서 예정대로 출산축하금 지원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한 번 떨어진 신뢰가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천시와 주민 등에 따르면 이천시는 지난 1월 30일 이천시 공고 제2019 - 197호를 통해 출산축하금 지급대상 및 금액을 확대해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키고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이천시 인구증가에 기여하고자 출산축하금을 첫째아부터 지급하고 다섯째 이상은 지급액을 500만원 까지 확대한다는 ‘이천시 출산축하금 지급에 관한 조례’일부개정안 입법예고를 했다. 일부개정조례안에는 출산축하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신설 포함됐다.
이후 2월 26일 각 언론사에 ‘이천시 출산축하금 지급 확대실시’라는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출산축하금 지급대상을 확대 첫째아 80만원, 둘째아 100만원, 셋째아의 경우 100만원씩 2회에 걸쳐 200만원, 넷째아의 경우 300만원을 200만원, 100만원으로 분할해 지급, 다섯째아 이상은 500만원을 최초 300만원, 이후 100만원씩 2회에 걸쳐 지급하고, 출산축하금은 조례를 개정하고 예산을 추가 편성해 올 1월 출생아부터 소급해 4월 이후 지역화폐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보도되자 시민들은 잘하는 정책이라며, 반색을 나타냈고 특히 혜택을 받는 이천시 임산부들은 “첫째아부터 지원하는 인근 지자체와는 달리 이천시만 셋째아부터 지원해 아쉬웠는데, 이제라도 첫째아부터 출산축하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당초 이천시는 2월 19일까지 입법예고에 대한 항목별 의견제출을 받은 후 3월 18일부터 3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제200회 이천시의회 임시회’에 이천시 출산축하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3월 초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출산축하금 확대 지원을 취소하고 ‘24시 돌봄지원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으로 급선회했다.
아이를 낳고도 4월에 지역화폐가 발행돼 그때부터 출산축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기다려온 산모들을 비롯한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천시 홈페이지 ‘시민청원’게시판에는 3월 9일 ‘출산축하금 지원 확대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가자 하루 만에 답변 충족요건인 추천 건수 500건을 훌쩍 넘겼으며, 청원 마감일인 이달 8일까지 608건의 찬성과 1천400여 조회수를 나타내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댓글만 82개가 달렸는데 ‘이천에서 아이키우기 너무 힘들다. 출산시 다른 지역은 혜택이 많은데 이천만 유독 혜택이 없다. 그나마 출산지원금을 주신다고 하셔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구나 했는데 돌연 취소라니 이천시민으로서 정말 실망스럽다’, ‘이천에 거주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매년 이천시에 내고있는 세금이 조단위라고 들었다. 다른 노인복지나 심지어 마을마다 지원금도 많이 지출하고 있다고 하는데 출산율 높다고 지원 안해주는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출산율 좋다면 미래의 인적자산인건데 당연히 더욱더 지원을 해주는게 맞다. 게다가 이미 확정된 시정인 듯 보도까지 다 해놓고 뒤엎는다는 건 시장님의 신임을 잃게 하는 커다란 사건이 될듯하다’ 는 등 출산축하금 지원정책을 예정대로 시행해 달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 청원에 대해 지난 24일 엄태준 이천시장은 영상을 통해 답변했다.
엄 시장은 “매스컴이나 각종 학술논문 등을 통해서 출산축하금보다는 총고용률과 혼인율, 지가 상승율에 의해서 출산율이 좌우된다고 했고 의료·보육시설의 수준이나 소득수준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년에 20억가량의 추가 재원이 투입되는 반면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시민 여러분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천시의회에서도 타 시군의 사례 등을 통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예산 지원을 요청했기에 출산장려정책의 재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이라 출산축하금 지급확대를 보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이천시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 우선적으로는 첫째아부터 출산축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대하고자 하지만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와의 사전에 협의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협의 요청의 절차를 진행하고 시의회 심의를 거쳐서 출산축하금의 실질적으로 지급되기까지는 대략 10월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시 관계자도 “지난 3월 18일 안전행정부 장관 화상회의에서 ‘사회보장기본법’이 강화돼 ‘사회보장기본법’제26조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 하도록 돼 있어 출산축하금 확대와 관련해 협의조정이 필요했다”며,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16개 시군이 출산축하금 지급을 하는데 이천시만 안 주고 있어 계획을 잡았던 것이지 확정안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증포동에 거주하는 김모(38)씨는 “출산 관련 정책은 아이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일부 공직자나 시의원 몇몇 사람 말만 듣고 공표한 정책을 변경하거나 보류하는 이천시의 일 처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물론 출산축하금이 출산장려와는 상관이 없을 수 있고 80만 원 받으려고 아이 낳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청원 결과처럼 수많은 시민들이 원하고 지지하는 정책이면 일단 시행해 보고 향후 그 결과를 가지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정에 밝은 한 주민은 “이천시가 이미 2005년부터 출산축하금을 지급하고 있어 변경하는 사안에 대해 굳이 중앙정부와 협의를 안 해도 크게 문제없을 것 같고 또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통상적으로 입법 예고 하기 전 출산축하금 확대 계획안 시점에 협의했어야 하는데 3월 말에 뜬금없이 협의를 핑계로 사업추진을 보류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중앙정부 협의도 최대 60일이 걸리면 5월 말이면 답변 결과가 나올 테고 이천시의회 심의를 받더라도 늦어도 7월 말께는 시행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시민청원 답변에서) 10월경에야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추진 의지가 없거나 시민들의 반응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기 위한 꼼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여주시는 출산장려 및 다자녀 가정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2018년 1월부터 첫째아 100만 원, 둘째아 500만 원을, 셋째 이상은 태어날 때마다 1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고 있으며, 조례 개정 당시 중앙정부와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