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과수농가 문제 고민하고 해결하는 ‘복숭아 박사’
인터뷰 – 경기동부과수농협 허환 박사
24년간 복숭아 과수농가 지도하며 농학박사 학위 취득해
이천시 장호원에 소재한 경기동부과수농협(조합장 유재웅)은 지난 1962년 과수 전문 농업인들이 과수생산 농업인들의 권익과 자립협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발기해 일으킨 과수 전문 농협이다.
지난 1998년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복숭아를 해외에 수출했고 2004년 4월 수출 100만불탑 수상을 하는 등 이천시, 성남시, 하남시, 광주시, 여주시, 양평군 지역 1천여 명의 과수농가 조합원들의 소득 창출과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유통, 저장, 물류, 수출 등 다각적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반세기의 역사를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과일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지금은 햇사레 복숭아 5천여 톤, 배 1만여 톤, 사과 3천여 톤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유통시키는 품목농협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경기동부과수농협에서 지난 1995년부터 24년째 지도상무를 역임하고 있는 허환(55) 박사는 주로 농업인 생산지도, 판매, 수출 등에 종사해온 과수 전문가로 1회 때부터 지금까지 장호원 복숭아 축제를 도맡아왔으며, 지역에서는 복숭아 박사로도 통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지난 2011년 국립 한경대학교 대학원에서 ‘SOA기반 작물 재배환경분석시스템’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해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은 이천시의 복숭아의 동해 발생 현황을 전자수치지도(digital map)에 입력해 인공 지능망으로 컴퓨터에 학습시킨 뒤 발생한 복숭아 동해의 유형을 공간적·환경적으로 분석해 모델링하고 이를 예측 서비스에 적용해 농업인이 새로 복숭아 과수원을 조성할 경우 컴퓨터에서 재배 적지 여부를 조회하면 해당 지역의 예측 서비스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논문 외에도 농산물 이력추적시스템을 위한 DB의 설계, 데이터마이닝을 이용한 복숭아 재배 적지 분석, 이천 지역에 적합한 복숭아 봉지에 관한 연구, 햇사레 복숭아의 공선출하조직의 운영분석 및 발전전략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복숭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 2016년 장호원지역 농가의 데이터를 분석해 ‘복숭아 품종선택 참고표’를 만들어 농업인들이 자신의 과원이나 재배지에 적합한 품종을 고르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경기동부과수농협이 자리한 장호원은 경기지역 최고의 복숭아 단지로 꼽히고 있다. 복숭아는 경지면적당 수취가는 높지만, 사과나 배 등에 비해 나무 갱신주기가 15년 안팎으로 비교적 짧다.
여기에 장호원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품종만 15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많다 보니 재배 농가들은 늘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농가당 보통 10여 가지 품종의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데 농가 대부분이 본인의 경험이나 입소문, 묘목상의 권유 등에 의해 품종을 선택하고 있고 기후나 농장여건 등에 따라 워낙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선택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농업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던 허 박사는 거래 도매시장에서 분석한 농가별 과수 품종과 크기·등급·출하시기·가격 등의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틈날 때마다 농가를 다니며 당도를 분석하고 과실 사진을 찍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4년 동안 7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축적한 데이터는 15만 건이 넘었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에 나서 출하량·비율, 성출하기, 당도, 평균시장 단가 등 복숭아에 대한 자료를 도출해 이를 일목요연하게 표로 만들어 전 조합원에게 배부했다.
허 박사는 “현재 150가지의 품종을 최종적으로 이 지역에 가장 맞는 품종 12가지 정로도 축약해야 한다. 복숭아 연구소와 함께 병충해 관리방법 등 이 지역의 로컬 데이터를 축적해 농가에서 상순, 중순, 하순 등 기간에 따라서 가장 적합한 품종을 재배할 수 있도록 품종을 압축 선별해 나가는 것이 복숭아 재배사업의 숙원사업”이라고 밝혔다.
허환 박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햇사레 법인, 중앙대, 지역농업네트워크 공동연구로 ‘햇사레 복숭아 무봉지 재배에 관한 연구’를 마치고 현재는 무봉지 재배 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과거 미백 품종의 경우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갈라지다 보니 농가에서는 품종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의례적으로 봉지를 씌우고 있는데 당도나 품질면에서 오히려 향상되는 부분이 있어 지금은 봉지를 씌우지 않는 농가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허 박사는 경기동부과수농협, 충북 음성농협, 감곡농협, 장호원농협 등이 지난 2003년 처음으로 개발한 햇사레 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의 연합 브랜드인 ‘햇사레’ 브랜드 런칭 당시도 실무자로서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인 사람 중 하나다.
현재 햇사레 브랜드는 경기동부과수농협을 넘어 대한민국 복숭아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복숭아는 햇사레’라고 생각할 정도로 햇사레 복숭아는 대한민국 대표 과일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햇사레 브랜드를 선점해 성공했지만, 규격화된 좋은 품질의 복숭아로 발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장사가 잘될 때 앞일을 대비해야 하듯 타 산지와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품종의 집약화는 물론 농비 절감 방안 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환 박사는 “경기동부과수농협은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를 내실 있게 운영하며, 전문 지도인력 및 복숭아재배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산지유통센터에서는 매일같이 햇사레 복숭아의 품질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든 복숭아 과수 농업인들이 출하한 햇사레 복숭아가 전국 최고 품질 자리를 지킬수 있도록 농민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