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투성이 ‘김영란법’…권익위, 명절선물 20만→30만원
땜질투성이 ‘김영란법’…권익위, 명절선물 20만→30만원
  • 새연합신문
  • 승인 2023.08.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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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7년 “현실 반영 못해”…생산자단체 “폐기 포함 전면 재고해야”

추석(929)을 앞두고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규정한 선물 상한액이 또다시 인상됐다. 농축수산 생산자 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표면적으로 환영하고 있지만, 시행 7년 차를 맞는 이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내심 폐지를 바라는 눈치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현실과 맞지 않는 가액 기준과 인상 폭, 적용 대상 등을 이유로 해당 법률의 전면적 재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농축수산업계 등은 전날 국민권익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의결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환영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환영한다그간 농촌 현장에선 농업 생산비 증가와 자연재해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공직자 등에 대한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설날·추석에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각각 늘렸다.

하지만 또 다른 생산자 단체들에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가액이 높은 축산 분야 생산자들은 이번 상한액 인상 폭이 지난 1년간의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달 식사가액을 3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선물가액에서 농축수산품목 제외를 요구한 바 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 태풍·가뭄 등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생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 같은 청탁금지법 가액 기준이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정부 내부에서도 시행 7년 차를 맞은 청탁금지법에 대해 재고할 시점이란 분위기가 적잖다. 생산자 관련 정책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선 청탁금지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상한액 기준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두고 있어 물가·시세에 맞춰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번에 적용된 기존 기준 대비 50% 인상도 별도의 산정 과정이 없는, 임의적 성격이 짙다. 정부도 시행령 원안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생산농가의 생계 및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둔화 등을 우려해 매번 상한액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선 시행령 개정 몇 번만 더하면 청탁금지법 자체가 소멸될 것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부·여당은 근본적 문제 해소엔 소극적이다. 국민 여론이 여전히 청탁금지법으로 우리 사회 청렴도가 높아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의 비현실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국민 다수가 여전히 청탁금지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당분간 상한액 인상을 통해 생산자들을 만족시키는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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