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국, JP의 부활 노리나’…민주당 등 접촉하며 ‘교섭단체 지위 완화’ 화두
[칼럼]‘조국, JP의 부활 노리나’…민주당 등 접촉하며 ‘교섭단체 지위 완화’ 화두
  • 김부삼
  • 승인 2024.08.0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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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삼 동방일보 편집국장

조국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대표가 제2의 ‘김종필’의 위치를 노리는 듯하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생전 JP(종필)로 불리며 충청권에 기반을 둔 ‘중원(中原)’의 맹주로 불렸던 인물이다.

자유민주 연합(자민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유신정우회(1973년~1979년 10월 26일)로 시작돼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까지 유지되다 1995년 자민련으로 명명 되어지다. 국민중심당, 이어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2006년 합당했다.

김종필을 중심으로 창당한 정당으로, 사실상 충청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이었다. 이후 2012년까지 이어지는 충청권 보수정당의 대표 주자이자 헌정사상 존재했던 제3지대 정당 중에서 가장 성공했던 당 중 하나로 꼽힌다. 이념적 성향은 자유민주주의, 보수주의.

1995년에 열린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은 대전과 충남의 광역단체장 선거를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하고 기초단체장을 석권해 휩쓸면서 신민주공화당에 이은 충남권의 맹주가 부활했음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15대 총선 결과 충청권 가운데 대전에서 7석을 모두 싹쓸이했고, 충남에서는 13석 중 12석을 석권했으며 충북에서도 8석 중 5석을 획득, 전체 충청권 의석 28석 중 24석을 쓸어 담았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채우기 때문에 그야말로 캐스팅 역할을 했으며 여도 야도 중요한 표결을 위해서는 자민련에 구애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제3당의 지위로 큰소리를 쳤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대표는 1일 국회에서 2시간 가까이 만나 정국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맨 뒷줄에 있는 이 전 대표를 찾아가 대화했고, 이 전 대표는 조 대표에게 얘기를 더 나누자고 즉석 제안했다.

이어 두 사람은 민주당 원내대표실로 옮겨 차담 형식의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배석했다.

조 대표는 110분간의 차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와 용산발 다중 국정 위기 상황에 대한 걱정을 공유했고 대책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나 현 정국에 대한 걱정이 워낙 많고 서로 협력해야 할 부분도 많다"며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거부권 정국 속에 범야권의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많이 논의했는데 갑갑하다”며 “정부·여당이 뭘 하자는 건 없고 야당이 하는 일, 국민이 원하는 일에 대해 발목잡기로만 일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조 대표도 “표를 이렇게 야당에 몰아줘서 (야권이) 승리했는데 대통령이 법안을 계속 거부하는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깊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도 얘기한 게 있느냐’는 물음에 “거기까지 얘기할 건 아니다”라며 “다중 위기 상황이다. 그 목록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니 긴 시간을 이야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혁신당이 주장하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관련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관련 질문에 “그런 얘기도 해야겠죠”라고 했고, 조 대표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조 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와 만남에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에 이어 2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조 대표와의 만남에서 “OECD 국가와 (비교해) 보면 전체 의원 수 대비 교섭단체 수(최소 기준인 20석)가 굉장히 높아서 좀 낮출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요건을 낮추는 건 법안을 고쳐야 하는 거라 교섭단체 간 합의가 필요해 두 교섭단체(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하고 상의해 혁신당의 입장을 저도 잘 전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첫해 원내대표를 하면서 당시 교섭단체가 4개였다”며 “교섭단체가 2개 정당만 있어 대립하면 그걸로 끝나는데 3~4개가 되면 중간에 있는 당이 절충점을 만들면서 협의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과거 자민련의 중재 역할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이어 “여러 교섭단체가 같이 논의하는 게 국회 운영을 위해서도 훨씬 좋다”며 “의장 입장에서도 (거대 양당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형국에서는 그 필요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에서) 690만 표를 받은 원내 3당이지만 본회의든 상임위든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한 일체의 권한이 없다”면서 “조국혁신당 원내에서 민주당 원내에 물어봐야 하는 사정인데 이거는 좀 기술적으로 좀 곤란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내 3·4·5당의 발언권이 높아져야 실제 국회 운영이 원활히 될 수 있고 조정과 절충이 가능하다”면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는) 두 거대 양당이 동의를 해줘야 되지만 저희는 저희대로 국민들께 호소를 먼저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우 의장과 조 대표는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우 의장은 “관훈토론회 때 개헌 얘기를 했었는데 (조 대표가) 적극적으로 7공화국 얘기를 해서 방향을 같이 하는 것 같다”며 “특히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개헌에 담아야 할 7가지 내용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공감하는 폭이 굉장히 넓다”고 했다.

김보협 혁신당 대변인은 우 의장과 조 대표의 만남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회의에서 국회 교섭단체 문제와 개헌 문제 등에 대해 얘기했고, 우 의장은 조국혁신당이 국회 내에서 다양한 정치 세력을 반영하는 활동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 내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12석에서 앞으로 8석이 더 필요한 상황, 야당에서는 개혁신당이 3석, 진보당 3석,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새로운 미래, 무소속까지 각각 1석씩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조국 대표가 2일 같은 기사를 각각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내용을 담은 기사로 전날 2시간가량 ‘깜짝 회동’을 한 데 이어 온라인에서 ‘공조’ 분위기를 내비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무능한 윤 정부…조만간 한국기업 수백 개 사라질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 “세상에 공짜가 없는데... 정말 큰일입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가 공유한 기사는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이른바 ‘탄소 국경세’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후보는 기사와 함께 짧은 문장을 남겼을 뿐이지만 사실상 기사가 지적하는 부분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 역시 같은 기사 링크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했다. 조 대표는 이 후보와 달리 별도 코멘트를 달진 않았다.

정부·여당과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8월 국회와 향후 정기국회, 국정감사로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민주당과 혁신당의 ‘공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혁신당이 의원 영입에 실패하더라도 지금의 의석수만으로도 교섭단체의 지위를 얻게 된다면 정부를 향한 민주당의 파상공세 속에 든든한 후방부대를 두는 식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특히 민주당 자체 보유 의석이 원내 과반이긴 하지만 쟁점 법안마다 되풀이되는 ‘거부권 정국’을 고려하면 혁신당의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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