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의 역사가 담겨 있는 대표적 지역 안흥동 구만리뜰에 도시공원과 주차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이천시 계획에 토지주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집단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개발이 불가능한 ‘농업진흥지역’ 굴레를 벗어난 지 3년 만에 자칫 강제수용 당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천 효양산 설화에도 등장하는 구만리뜰은 최고로 인정받는 이천쌀을 생산해내는 들판을 이르는 말로 예로부터 이천 사람들은 구만리뜰을 따라 흐르는 복하천과 구만리뜰을 바라보면서 자긍심과 애향심을 키우고 품질 좋은 이천 쌀을 생산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구만리뜰에 지난달 이천시가 공원과 주차장, 광장 등을 조성하기 위한 ‘2025년 이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을 주민공람·공고하자 토지주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은 즉각적으로 ‘구만리뜰 도시공원 추진 반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후성)를 구성하고 현재까지 사업 추진에 대한 강경 반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공람·공고에 의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비대위는 지난 14일 구만리뜰에 ‘모형 무덤’을 만들어 놓고 ‘이 무덤은 누구의 무덤이 될 것인가?’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면서 본격적인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비대위는 구만리뜰에 ‘정신나간 공원화로 구만리뜰 삼키려는 이천시장 사퇴하라’, ‘시장은 돈벼락, 구만리뜰은 날벼락’, ‘농지에 공원이 웬말이냐! 수변공원은 복하천에!’ 등의 현수막을 내걸어 시장 사퇴까지 언급해가며, 지난 21일부터는 이천시가지 및 이천시청 등에서 차량을 이용한 가두방송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엄태준 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서 ‘올해는 공설운동장과 남천공원 등에 제법 규모있는 공설운동장 설치공사가 시작될 수 있겠다. 그래도 이천시내의 엄청난 불법주차와 시내외곽 갓길 불법화물주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이 부족하다. 이천시내의 심각한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려면 5000대 정도의 주차공간 확보가 가능한 대형 공영주차장과 대규모 공영화물주차장 부지마련이 꼭 필요하다. 우리 이천시가 그러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시민여러분들께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야 가능한 일이다’며, 구만리뜰 개발 강행을 시사해 비대위 측의 강경 대응 움직임에 기름을 부었다.

비대위 측 한 관계자는 “시에 확인해보니 타당성 조사도 안했다. 엄태준 시장은 이천시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한다고 하는데 토지소유자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구만리뜰에 주차하고 셔틀버스타고 시내 나와 업무를 본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엄 시장 말대로라면 구만리뜰에 공영화물주차장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자명하다”며, “결국 시장은 돈벼락, 구만리뜰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현재 이천시에 접수돼 있는 구만리뜰 내 개발행위허가 등 각종 인허가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천시의 인허가 처리 여부에 따라 대대적인 반대 집회 등 투쟁 수위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시가 도시계획시설 결정 최초 단계를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 따라 지난달 30일까지 주민 의견을 청취, 60일 이내에 토지주나 이해 관계인들이 제기한 의견서에 답변하게 돼 있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천 구만리뜰 조성계획이 엄태준 시장이 내건 도시재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중리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공약을 위한 사전포석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천시가 중리천 복원으로 없어질 복개천 주차장 600여 면에 대한 대체부지로 구만리뜰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따른 것으로 비대위의 향후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