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대표하는 ‘지평막걸리’ 정작 생산지는 강원도 춘천
양평 대표하는 ‘지평막걸리’ 정작 생산지는 강원도 춘천
  • 새연합신문
  • 승인 2019.06.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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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춘천에 최신시설 제2공장 건립 후 양평에서는 생산 안 해

양평군 지평면에서 시작돼 지역명을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는 ‘지평막걸리’가 더 이상 지평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아 양평 지역주민들은 물론 막걸리 애주가들로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양평군과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양평군 지평면 지평의병로62번길 27에 소재한 지평막걸리를 생산하는 지평주조의 지평양조장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설립돼 3대에 걸쳐 전통방식으로 전통주를 제조하고 있는 양조장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다.

양평 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지평생막걸리’의 유통기한에 당해 제품이 생산된 공장이 강원도 춘천시에 주소를 둔 제2공장임을 표시하는 F2로 찍혀있다.
양평 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지평생막걸리’의 유통기한에 당해 제품이 생산된 공장이 강원도 춘천시에 주소를 둔 제2공장임을 표시하는 F2로 찍혀있다.

지평양조장은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던 양평에 위치해 전쟁 중 인근에서 잔존한 유일한 건물이다. 특히 1951년 2월 지평리에서 중공군의 공세에 맞서 싸웠던 지평리전투 당시 이 건물은 UN군의 지휘소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2014년 7월 1일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594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양평의 특산물로 자리 잡아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자 최첨단 자동화 설비와 고도화된 품질관리 설비를 갖춘 공장이 필요하다면서 지난해 6월 강원도 동춘천산업단지에 제2공장을 건립했다.

말이 제2공장이지 양평에 주소를 둔 제1공장에서는 전혀 생산을 안 해 실제로는 양평에 있는 공장을 강원도 춘천으로 이전한 셈이다.

최신 설비를 갖춘 춘천 제2공장은 대지 8천595㎡(2천600평), 건물 3천306㎡(1천 평) 규모로 월 500만 병의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에 양평 주민들을 서운하고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년 전 매출 2억 원 규모였던 지평주조가 올해 200억 원 매출을 바라보는 규모로 급성장했다는 소식에 말 그대로 회사가 잘 나가면서 고향과 같은 양평을 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으로 공장 이전이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시설은 세울 수 없는 양평을 꽁꽁 옭아맨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위시한 낡은 규제와 법령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나, 지역주민의 사랑과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동네 구멍가게에서 출발해서 전국규모의 생산업체로 성장했지만 결국 지역주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지자체는 주요 경제기반을 잃는 결과가 된 탓이다.

한 지역주민은 “지평막걸리가 성공한 향토기업으로 단기간 내 전국구 막걸리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노력도 있겠지만, 앞다퉈 지평막걸리를 애용하고 타지(역)에 열심히 알렸던 양평 지역주민들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며, “이제는 양평을 대표하는 지평막걸리가 정작 양평에서 생산되지 않고 있다니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막걸리 애주가는 “지평막걸리는 지평양조장 내 우물에서 길어 올린 양평의 맑은 지하수와 어우러져 부드러운 목 넘김과 물맛 좋기로 소문난 막걸리였다”며, “막걸리는 물맛이 가장 중요하다. 이전한 춘천공장에서는 확연히 물이 다를 것 같은데 제대로 지평의 맛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평주조 관계자는 “강원도 춘천의 제2공장은 지평과 같은 수원(水原)인 북한강을 끼고 있어 기존 지평에서 사용하던 것과 거의 동일한 조건의 제조 용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대량생산 난관이었던 막걸리 맛 편차를 없애기 위해 인력과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현대식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최신 설비의 공장을 지으려 했으나 양평은 산집법 때문에 불가능해 고심 끝에 양평과 가까운 강원도 춘천에 제2공장을 짓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앞으로도 양평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평양조장은 양평군에서 군비와 도비 등으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양조장 전체를 1925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복원 후 전통주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시설과 함께 카페 및 시음장을 갖춘 휴게 공간이 있는 막걸리 박물관으로 리모델링 한다는 계획이며, 인근 제1공장도 올해 말 재가동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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