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개화에 배 냉해 피해 심각 농가들 ‘울상’
이른 개화에 배 냉해 피해 심각 농가들 ‘울상’
  • 정해균 기자
  • 승인 2020.04.2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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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원 지역 200h 규모 피해…사실상 올해 농사 망쳐 대책 절실

지난 5일과 6일 갑작스러운 이상저온으로 이천시 장호원읍 배 과수 농가에 심각한 냉해가 발생해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낮 기온이 크게 오른 뒤에 새벽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이상 현상으로 수분을 잔뜩 끌어 올린 나무와 꽃봉오리가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적응을 하지 못한 채 검게 썩어 수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바람에 농가들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되고 있다.

배꽃 암술이 냉해 피해를 입어 씨방이 까맣게 고사 되고 있다.
배꽃 암술이 냉해 피해를 입어 씨방이 까맣게 고사 되고 있다.

경기동부과수농협과 농가 등에 따르면 올해 봄철 이상기온으로 과수 꽃이 열흘가량 일찍 피었는데, 지난 5일 아침 최저기온이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 기준 영하 3.3도를 기록했고 과원 온도계는 영하 7도까지 떨어져 수확의 90퍼센트 이상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

냉해를 입은 배꽃은 인공수분을 통한 수정이 어렵고, 설상 열매가 맺혀도 이후 발육 부진으로 모양이 일정치 않는 기형과(果)로 성장해 가을 출하기 상품가치가 없는 등외품 배로 판정받게 돼 사실상 올해 배 농가의 수확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천시는 계속해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천시 배 주 품종이 신고배로 냉해에 약하다 보니 배를 재배하는 150여 농가 대부분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농가들은 올해 배 농사를 접더라도 내년 농사를 위해서는 배가 열렸을 때와 똑같이 토양을 관리하고 병해충 방제를 해줘야 계속해서 내년에라도 배를 수확할 수 있는데, 내년 가을에 배를 수확하기까지 약 18개월을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경영비는 평소처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두 배로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냉해 피해를 입은 배 과수 한 농가주는 “마을 어르신이 50년 만에 이런 저온으로 인한 냉해 피해는 처음이라는 말씀을 하셨을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냉해 피해로 올해 배 농사는 싹 다 접게 생겼다”며, “배꽃의 암술이 냉해를 입을 경우 씨방까지 까맣게 고사해 사실상 제대로 된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 또 아직 개화하지 않은 꽃이나 어린 꽃들이 살아날 수도 있지만, 수분·수정 후 착상하더라도 씨방의 모양이 온전치 않거나 발육이 부진해 대부분 기형과가 발생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이 어렵고 모든 국민이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에서 이번 냉해 피해 배 농가들을 위한 낮은 금리나 무이자 자금 지원 등 피해복구를 위한 장기적인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기준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 경기 안성·이천, 충남 천안 등을 비롯해 전국의 과수 농가 저온 피해 면적을 6천714ha 정도로 파악했으며, 농촌진흥청, 지자체, 농협중앙회 등과 함께 피해 농작물의 생육 관리와 회복을 위한 기술지도, 영양제 지원, 과수 인공수분과 열매솎기 등에 필요한 일손 지원을 긴급 추진하고 다음 달까지 지자체의 피해조사 결과를 토대로 6월 중 재해복구비 및 재해 대책 경영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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