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반도체 산업 초격차 유지를 위해 120조 원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을 두고 이천시가 사활을 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에 지자체 차원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결의안을 채택한 곳은 이천을 비롯해 용인, 청주, 구미 등 총 4곳이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은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업무 보고에서 밝힌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에 포함된 것으로, 오는 2028년까지 120조 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프로젝트다.
이 산업단지엔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설비)과 중소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 등이 꾸려진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부품·장비업체들이 입주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클러스터 사업 계획이 알려지면서 각 지자체는 곧바로 유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유력 후보지로 용인시가 거론되면서 정부 구상에 대한 찬반 여론도 조성됐다.

지난달 25일 이천시의회 시의원들과 홍헌표 시의회의장, 엄태준 이천시장까지 출석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며 하이닉스 사수에 나섰던 이천시는 23일 이천아트홀에서 이천시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천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시민연대’ 출범식을 가지고 대대적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단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엄태준 이천시장을 비롯해 송석준 국회의원, 홍헌표 이천시의회 의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천여 명이 참석했으며, 출범식 후 참석자들은 이천아트홀에서 관고전통시장, 이천 터미널까지 SK하이닉스 특화 클러스터 유치를 위한 가두행진을 펼쳤다.

시민연대의 박상욱, 김동승 공동의장은 “정부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에 조성해 달라는 시민의 뜻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출범식을 갖고 가두행진을 추진하게 됐다”며,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36년을 이천시에서 기업을 운영해 오는 동안 법정관리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천 시민이 함께 응원하는 등 어렵게 지켜온 이천시민 기업이다.”고 말했다.
출범식에서 이천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시민연대는 결의문을 통해 ‘이천시민과 SK하이닉스는 경제 운명 공동체이다’라고 천명한 뒤 ‘첫째, 정부는 균형발전 논리로 대기업을 강제 분산하지 말고,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이천에 조성하라! 둘째, 정부와 국회는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에 공장증설이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라! 셋째, 이천시민과 SK하이닉스는 경제 운명 공동체이다! 대한민국 기업의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수도권 규제 철폐하라!’고 밝혔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SK하이닉스가 원하는 곳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천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으며, 본사가 있는 이천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SK하이닉스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고, 앞으로 논의를 계속해 이어가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