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는 언어다’ 농아인들의 의사소통 지원 및 복지증진 앞장
‘수화는 언어다’ 농아인들의 의사소통 지원 및 복지증진 앞장
  • 새연합신문
  • 승인 2019.06.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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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정태동 이천시수어통역센터 사무국장

이천시 장애인단체 통합 구심점 역할…장애인 일자리 창출 발 벗고 나서

(사)한국농아인협회경기도협회 이천시지회가 운영하는 이천시수어통역센터는 청각장애로 생활의 불편함을 겪는 농아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건청인(청각장애가 없는 일반인)과의 소통과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역할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화라는 말로 더 많이 쓰이는 수어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청각장애인들은 소리로 말을 배울 수 없어서 ‘보이는 언어’를 사용한다. 이 ‘보이는 언어’가 바로 ‘수어(手語, Sign language)’다. 이처럼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농인’이라고 한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말로, 한국어나 영어와 같은 독립된 언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수어는 한국어와는 문법 체계가 다른, 대한민국 농인의 고유한 언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될 때 명칭에 대한 의견들이 많았고 최종적으로는 ‘수어’로 결정됐지만 ‘수화’가 가지는 전통적인 측면과 대중의 인지를 무시하기 어려워 현재 혼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천시수어통역센터는 지난 2002년 7월 개소해 센터장을 포함해 수어통역사 등 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농아인들의 각종 생활민원부터 소통이 필요한 다방면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 연인원 8천500여 명의 농아인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근무하고 있는 정태동(53) 사무국장은 2002년 당시 이천시수어통역센터가 개소될 수 있도록 누구 보다 앞장섰으며, 개소 당시 직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평소 장애인들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에 열심이었던 정 사무국장은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들을 돕는데 앞장서, 지역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도움의 전화 등이 개설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장애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여주시농아인협회, 이천시농아인협회 등이 조직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섰다.

또한, 2000년 초반에는 이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이천시에 장애인 수화합창단을 창단하고 장애인 축구단을 운영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존중받고 구성원으로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정 사무국장이 누구보다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그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게 된 계기는 농아인이었던 부모님의 영향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과 자칫 불행하게 생각될만한 가정환경이었지만 오히려 장애인들을 더 이해하고 돕고 살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고,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대화를 위해 자연스럽게 익힌 수어가 지금까지 많은 농아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평생 장애인을 비롯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봉사의 삶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착하게 살던 그에게도 커다란 어려움이 있었다.

2010년 어느 휴일 벼를 수확하기 위해 콤바인을 점검하던 중 옷 소매가 콤바인에 빨려 들어가면서 한쪽 팔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많은 피를 흘리면서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쇼크까지 와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119로 신고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정 사무국장은 “그때 사고로 비록 한쪽 팔을 잃게 됐지만, 쇼크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장애를 통해 장애인들의 마음과 아픔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현재 정 사무국장은 이천시수어통역센터 사무국장과 동시에 이천시 장애인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을 함께 역임하고 있다. 지체, 농아, 시각, 신체, 장애인부모회, 장애인정보회, 장애인복지회, 교통장애인, 이삭자립, 이천자립 등 이천시 10개 장애인협회가 하나로 연합해 조직된 이천시 장애인복지협의회는 그동안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여러 논란을 만들던 장애인단체들이 그간의 문제들을 털어내고 새롭게 출발한 이천시 장애인단체를 대표하는 복지협의회다.

정 사무국장은 장애인재활증진대회도 열지 못할 정도로 장애인단체 간의 문제가 심각한 것을 파악, 각 단체장들을 설득해 하나로 통합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후 서로 공감대를 조성하고 마음을 합쳐 장애인복지협의회를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외부 이사 3명을 영입하고 장애인단체에 대한 인식개선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장애인들도 일을 통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라고 생각해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인들의 취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중증장애인 채용 카페 ‘I got everything’(아이갓에브리씽)이 전국에서 24번째로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 문을 열게 됐으며, 올해는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도 ‘I got everything’카페가 들어설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어 오는 7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정태동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할 기회를 통해 삶의 보람과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여성이나 다문화를 위한 새일센터, 일자리 센터가 있듯이 1만 명이 넘는 이천시 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일자리 지원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은 취업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가 꼭 필요 한만큼 취업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중요하다”면서 “장애인들이 사업장에서 편견 없는 시선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복지사회로 발돋움하게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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