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재배한 친환경 도라지로 안전한 먹거리 문화 조성 앞장
직접 재배한 친환경 도라지로 안전한 먹거리 문화 조성 앞장
  • 정해균 기자
  • 승인 2019.11.1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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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박일례 대표(신지식농업인·길경영농조합법인)
‘청청하루’ 자연을 사랑하는 2대가 함께해 더욱 빛나는 가족경영회사
한의학에서는 가을이나 봄철에 도라지 뿌리껍질을 벗기거나 그대로 말린 것을 길경(桔梗)이라고 한다. 이는 뿌리가 단단하고 곧아 붙여진 것으로 폐를 맑게 하고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며, 뱃속의 찬 기운을 풀어주어 기림을 멈추고 담을 없앤다고 해 예로부터 한약재로 사용됐다.

도라지에 풍부한 사포닌은 기관지천식 예방과 치료에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관지의 분비 기능을 높여 목이 아프거나 가래가 끓을 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사포닌을 섭취하면 기관지 기능이 향상돼 점액과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고, 이 덕분에 폐로 흡입되는 먼지를 중간에서 제거할 수 있게 돼 각종 공해에 장시간 노출돼 호흡기 질환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라면 도라지를 장기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포닌은 이외에도 통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떨어뜨리며, 혈당을 낮추고 위산 분비를 억제해 주고 콜레스테롤 대사를 개선해 주기도 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도라지를 지난 2006년부터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즙, 청, 정과, 분말차 등 다양한 도라지 관련 가공식품을 개발, 판매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2019 신지식 농업인에 선정된 길경영농조합법인 박일례 대표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길경영농조합법인 박일례 대표(사진 우측)와 막내딸 음지은씨.
△길경영농조합법인 박일례 대표(사진 우측)와 막내딸 음지은씨.

“도라지와 관련된 다양한 가공식품들을 개발 생산하고 있지만 지난 2013년 홍도라지를 개발해 인삼을 홍삼으로 만드는 방법을 활용, 도라지를 증숙, 건조과정을 거쳐 부드러운 맛과 더불어 사포닌 함량을 높인 제품과 무농약 도라지를 박피한 후 저온건조과정을 거쳐 수제 도라지 정과를 개발한 부분이 신지식 농업인 선정에 많은 기여를 한 것 같다. 기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20년을 몸담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농사는 45년 됐지만, 도라지는 2006년부터 시작해 아직 13년밖에 안 됐다. 기왕 시작했으니 이 분야에서만큼은 명인에 선정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이천시 백사면 내촌리에서 길경영농조합법인 ‘청청하루’를 운영하는 박일례(72) 대표는 신지식 농업인 선정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남편 음한수씨와 황기 등 다른 작물 농사를 짓던 박 대표는 2001년부터 도라지 재배를 시작했다.

2006년 ‘이천시 농업기술센터 여성 창업지원금’에 선정돼 ‘길경농원’ 가공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가공식품 개발 및 생산을 하기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 내 가공연구회에서 전통주 개발에 도전했던 경험을 더해 즙, 조청, 분말, 발효액 등 다양한 종류의 도라지 가공제품을 개발해 나가기 시작했다.

2007년 3년근, 6년근 도라지즙과 도라지 분말을 출시하면서 이천시 농업인 대상(특작, 원예부분) 수상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농산물이력추적관리 등록 및 상표등록, 2009년 GAP 우수농산물 인증 획득에 이어서 2년 동안 발효숙성 시킨 ‘도라지 발효진액’을 출시하면서 농촌진흥청 주관 ‘우수 농산물 가공 경진대회’ 대상을 차지했다.

이후 친환경 인증과 경기도 G마크 인증을 획득에 이어 전통식품인증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경기농업인 대상(가공분야)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길경영농조합법인’을 설립, 같은 해 맑고 깨끗한 하루라는 뜻의 도라지 브랜드 ‘청청하루’(淸淸하루)를 론칭하고 자체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네이버 팜스토어 등을 통해 도자리즙부터 도라지조청, 분말, 진액, 정과, 차 등 총 12가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길경영농조합법인에서 수확되는 도라지는 3년근과 6년근 두 가지다. 3년근은 주로 학교 급식 공급이 많고, 6년근은 가공용이 주류다.

학교 급식은 친환경 인증을 요구하는 등 까다롭기는 하지만, 도매시장에 비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데다 가격변동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이제는 전체 생산량의 70%정도를 학교 급식으로 공급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도라지가 효능이 좋은 이유가 기름진 땅의 양분을 잘 흡수하기 때문인데 보통 3년이면 땅은 척박해지고 도라지도 썩어버린다. 6년근을 키우려면 일일이 캐서 새로운 땅에 옮겨 심어야 한다. 이렇게 새로운 땅에 다시 심은 도라지는 ‘장생도라지’로 바뀐다.

3년근보다 10배 이상 크기가 크고 약성이 강한 것은 물론 특유의 아린 맛도 줄어든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도 6년근 가공제품이 3년근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박 대표가 홍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년여의 연구 끝에 차와 즙, 분말 형태로 출시한 ‘홍도라지’는 6년근 도라지를 여러 번 찌고 말려 사포닌 성분의 비율을 월등하게 높이고, 도라지 특유의 아린 맛을 줄여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또한, 앞서 수상소감에서도 밝힌 수제 도라지 정과는 조선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책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정조대왕이 즐겨 먹은 도라지 숙채, 도라지 잡채, 도라지 생채, 도라지 정과 등의 기록을 토대로 도라지 정과가 궁중에서 임금님께 올리던 귀한 간식이자 우리 고유의 전통 과자였다는 사실에 박 대표는 다른 가공제품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 조선 시대 고조리서(古調理書)에 기인해 도라지 정과의 맛을 완성 시켰다.

박 대표는 처음 23만1천500㎡(약 7만 평) 규모의 농장에 도라지를 재배하다가 지금은 16만5천300㎡(약 5만 평) 규모로 줄이는 대신 저장고, 사무실, 체험 및 강의공간 조성 등 재배부터 가공생산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라지 가공부문 HACCP(해썹)인증 가공공장 증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도라지가 들어가는 궁중음식 요리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본격적인 6차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가공 분야의 규모를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자녀들이 모두 이 사업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막내딸 부부가 가장 먼저 가업을 잇고자 박 대표를 돕기 시작했다. 농자의 농자도 몰랐던 체대 출신의 막내 사위 이정남씨는 잘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농부의 길을 자원해 현재는 도라지 재배 농사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길경영농조합법인 사무실과 체험장이 있는 메인건물

막내딸인 음지은씨는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관리 등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다가 둘째 딸인 음정은씨가 함께하면서 정은씨가 디자인 및 홍보 마케팅을 전담하고 현재는 조합법인의 거래 및 매출 등 회계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무용을 전공한 큰딸 음명진씨는 제품 검수 및 정과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박일례 대표는 “그동안 ‘정직하고 한결같은 고품질 제품생산’이란 경영원칙으로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건강히 잘 사는 삶을 지향해 왔다. 질을 낮추고 단가를 내려 좀 더 많은 판매를 할 수도 있었지만,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언제나 올곧은 마음으로 정직한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자연과 인류를 위해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는 건강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 늘 맑고 깨끗함을 전하는 길경영농조합법인 청청하루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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